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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22.

    by. windy21

    목차

      1. 통주저음의 개념과 발생 배경

      통주저음(Basso Continuo)은 바로크 시대(1600~1750년대)에 등장한 음악 구성 원리로, 작곡 기법이자 연주 방식이다. 이 용어는 이탈리아어로 ‘계속되는 저음’이라는 뜻을 가지며, 악보에는 저음 성부만 기보 되고 숫자 화성(Figured Bass)을 통해 즉흥적으로 상성부가 연주되었다. 통주저음은 곡의 근간을 이루는 음향적 뼈대였으며, 하모니를 구성하고 리듬과 조율의 기반을 제공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 기원은 16세기 말 이탈리아 오페라와 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의 실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같은 작곡가들이 선율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도 하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통주저음을 활용한 것이 그 시초이다. 이로 인해 음악은 더욱 입체적이고 즉흥성이 강한 구조로 발전했으며, 성악과 기악의 경계를 허무는 데 기여했다.

      통주저음(Basso Continuo)의 작곡적 역할


      2. 통주저음의 기본 구성: 악기와 기보 방식

      통주저음은 보통 두 종류의 악기로 구성된다. 하나는 저음을 담당하는 선율악기(예: 비올로네, 첼로, 파골트)이고, 다른 하나는 화음을 구성하는 화성악기(예: 하프시코드, 오르간, 루트)다. 이 둘이 결합되어, 아래 성부는 안정적인 화성 기반을 제공하고, 위쪽은 즉흥적 연주로 화음을 채워 넣는다.

      기보 방식은 다음과 같은 숫자 화성법을 활용한다.

      기보 예시 해석 (C 장조 기준)
      5 3 기본 화음 (C-E-G)
      6 제1전위 (E-G-C)
      6 4 제2전위 (G-C-E)
      # 반음 올림 (예: #3은 E → E#)
      b 반음 내림 (예: b6은 A → Ab)

      이러한 표기 덕분에 연주자는 작곡자가 지정한 하모니 틀 안에서 자유롭게 해석하고 응용할 수 있다. 통주저음 연주는 단순한 화음 생성이 아닌, 작곡자의 음악 어법을 내면화하여 표현하는 예술 행위로 간주되었다.


      3. 작곡 기법으로서의 통주저음: 고정성과 즉흥성의 이중성

      통주저음은 단순한 화성 보조 수단이 아니라, 작곡 구조의 중심축으로 기능했다. 작곡가들은 곡 전체를 통주저음 라인을 중심으로 설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위 성부의 선율을 배치했다. 이러한 방식은 작곡자에게 하모니를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연주자에게는 창의적 해석의 여지를 부여했다.

      이러한 이중성은 통주저음의 가장 큰 미학적 특징이다. 작곡가는 아래 성부와 숫자만으로도 풍성한 하모니 구조를 암시할 수 있었으며, 연주자는 이를 토대로 상황에 맞는 화성을 선택하거나 추가적인 장식을 넣을 수 있었다. 이는 현대의 재즈에서 코드 차트에 기반한 즉흥 연주와 유사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4. 장르별 통주저음 활용 방식의 차이

      통주저음은 바로크 시대 전 장르에 걸쳐 사용되었지만, 장르에 따라 작곡적 역할과 기능이 미묘하게 달랐다. 아래 표는 대표적인 장르별 통주저음의 사용 특징을 정리한 것이다:

      장르 특징 예시 작품
      오페라 성악의 감정을 강조하기 위한 음향적 지지 몬테베르디 「오르페오」, 헨델 「줄리오 체사레」
      오라토리오 내레이션 중심의 구조 강화 바흐 「마태수난곡」
      협주곡 독주와 합주의 대비 강조 비발디 「사계」
      칸타타 대위법과 조화 속 화성기반 유지 바흐 「칸타타 BWV 140」
      기악 모음곡 무곡 형식 속 리듬적 일관성 부여 쿠프랭 「오르드르」 시리즈

      이처럼 통주저음은 단순한 ‘저음의 지속’이 아닌, 각 장르 특성에 따라 구조의 연결 고리, 리듬의 추진력, 감정의 지지선으로 다면적으로 활용되었다. 이는 통주저음이 단순한 연주 기술이 아닌, 작곡과 해석 모두에 영향을 끼친 통합적 개념임을 보여준다.


      5. 바흐와 헨델의 통주저음 사용 방식 비교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은 통주저음을 적극 활용한 대표 작곡가이다. 하지만 두 작곡가의 통주저음 사용 방식은 서로 다른 작곡 철학을 반영한다.

      바흐는 통주저음을 매우 구조적으로 사용했다. 특히, 복잡한 대위법 구조 속에서도 통주저음을 정교하게 구성하여 곡 전체의 화성 구조를 균형 있게 조정했다. 예컨대, 「마태수난곡」에서는 이중 합창, 이중 오케스트라 속에서 통주저음이 전체 조율의 핵심을 맡고 있다.

      반면 헨델은 보다 실용적이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 통주저음을 활용했다. 그의 오페라에서는 성악 라인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주저음을 유연하게 처리하고, 종종 연주자가 장식구를 추가하여 감정의 풍부함을 강조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이처럼 작곡가의 미학에 따라 통주저음은 다양한 작곡 기법으로 변형되었다.


      6. 통주저음의 해석과 연주: 현대 음악교육에서의 활용

      현대 음악 교육에서도 통주저음은 여전히 중요한 주제로 다뤄진다. 고전 음악 해석에서의 핵심이자, 작곡 기초 훈련의 핵심 항목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음악대학에서는 통주저음을 통해 학생들에게 화성 구조 이해, 즉흥 연주력, 장식법 활용 등을 종합적으로 훈련시킨다.

      다음은 통주저음 교육의 주요 학습 목표를 도식화한 것이다.

      [기초 이론] → [숫자화성 해석] → [하모니 적용] → [즉흥 연주] → [작곡 실습]
       

      이러한 과정은 단지 고전 음악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악가의 화성 감각과 해석력, 창의적 구성력을 함양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작곡이나 지휘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통주저음 훈련은 다양한 장르의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해석하는 핵심 도구로 작용한다.


      7. 통주저음의 현대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

      비록 통주저음은 특정 시대의 산물이지만, 그 작곡적 원리와 구조는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다. 현대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재즈, 영화 음악, 컨템포러리 음악 등에서도 통주저음적 사고방식이 발견된다. 예컨대, 베이스 라인을 중심으로 화성을 확장해 가는 방식이나, 즉흥 연주에서 하모니의 암시를 바탕으로 멜로디를 조율하는 접근은 통주저음의 현대적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HIP(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 경향이 확대되면서, 원전악기 연주나 고음악 재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통주저음 해석과 연주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통주저음이 단지 역사적 개념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는 음악적 언어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통주저음은 단순한 연주 기법을 넘어서 작곡과 해석, 교육과 재현을 연결하는 다리라 할 수 있다. 그 안에 내포된 미학, 구조적 사고, 즉흥성과 체계성의 공존은 오늘날 음악 예술의 기반을 형성하는 데에도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진다.